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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지식 생태계를 지배할 힘 1 - 정보, 소수에서 모두에게

[채움/신직업 리포트]


신직업 리포트 | 전문가 칼럼  기술과 혁신, 창의와 비즈니스, 인간과 행복을 주제로,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현상필 CJ파워캐스트 미디어사업 본부장, 홍정민 휴넷 에듀테크연구소 소장의 칼럼을 연재합니다.


빠르고 효율적인 지식 저장과 보관, 전달에 대한 욕망은 눈부신 기술 발전을 등에 없고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단계로까지 실현되었다. 다가올 미래, 격변하는 정보와 지식 생태계 속에서 우리는 무엇에 집중하고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할까.






당대의 전문가, 타이피스트


그녀의 직업은 비서, 타이피스트, 속기사였다. 브룬힐데 폼젤(Brunhilde Pomsel). 이름과 직업보다는 히틀러의 오른팔이자 두뇌였던 요제프 괴벨스(Paul Joseph Goebbels)의 비서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가 수많은 인명을 학살하고, 문화를 찬탈하던 시기, 그녀는 꼬박 3년을 괴벨스의 측근으로 일했다. 최근 폼젤의 증언이 책으로 출간되며, 새삼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종전 이후, 쉽게 추측할 만한 일들이 그녀에게 벌어졌다. 전범재판을 거쳐 5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수감 생활 이후 그녀에게 쏟아진 수많은 질문들에는 일종의 죄책감, 책임감에 대한 단어들이 공통분모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시종일관 그녀의 변명(?)은 시대의 거대한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그저 의무감으로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던, ‘물질적 안정을 지향하던 한 소시민의 어쩔 수 없음’ 이었다. 그녀가 타이핑한 목록들 중에는 수용소의 유태인 학살을 포함해 나치의 정치 선전, 군사 전략들이 담겨 있었어도 그 경계의 이슈는 상당기간 지속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혹독한 시기를 거치며 이전에는 없던 많은 기술과 직업들이 생겨났다. 특히 목숨과 국가의 명운을 담보로 하는 경쟁 상황에서 정확하고 빠른 정보 전달과 의사소통은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이러한 여건 하에 타이피스트라는 직업은 북미와 유럽에서 급격히 대중화되었고, 전쟁이 종료된 후에도 전문 영역으로 오랫동안 그 명을 지속하게 된다.




타이핑중인 브룬힐데 폼젤 ⓒ The Guardian






창조적 역량이 필요했던 지식 저장 사업

  

잠시 시선을 중세로 돌려보자. 15세기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술 덕에 성서를 중심으로 한 서적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전까지 대부분의 서적은 필사를 통해 만들어졌으며, 그 제작 과정에서 전문 필경사들의 작업을 거쳐야 했다. 교육이나 학술의 주도권이 교회에 있던 시기였기에 필경사들의 본분은 대부분 수도사들이었으나, 오래된 이 직업은 장인의 영역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서적 한 권이 완성될 때까지 수개월에서 수년이 소요되는 필경사들(물론 장식을 전담하는 채식가, 삽화가, 작업 전체를 기획하고 통제하는 교회의 상위 조직-필경실도 있었다)의 고된 작업은 단순한 지식의 전달 체계를 넘어선다. 아름답고 미려한 필사를 위해 필경사들은 저마다 독창적인 글씨의 모양을 만들어냈을 것이고, 이는 오래된 일부 서체의 원형이 되기도 했다. 쉽게 표현하면 그야말로 창조적 역량이 집약된 일들인 셈이다. 


직업의 관점에서 들여다보면, 비록 성직자와 귀족의 전유물이었으나 당시 거의 유일한 정보매체인 서적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많은 시간과 고통스러운 노동이 필요한 지식 저장 작업이었으며, 직업병을 달고 살았던 필경사는 숙련성에 예술적 창의성이 더해져야 도달할 수 있었던 영역이었다.




활자에 의한 서적, 신문들이 정보의 대중화를 이끌던 중세 말과 근대를 훌쩍 넘어서서, 다시 타이피스트의 이야기로 돌아가 본다. 산업혁명과 전쟁 시기를 감당해 낸 국가들에게는 빠른 속도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대한 욕구가 증폭되고 있었다. 이 시기 타자기는 지식 전달 또는 정보 저장 생산성을 뒷받침해주는 핵심 수단이었다. 타자를 전담하는 타이피스트는 예술적 창의성이 거의 배제된 철저한 숙련의 분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분업화도 본격화되어 창의적 영역은 작가 또는 저널리스트, 편집자의 몫이었으나, 정보의 축적과 전달 기능(타자, 식자 등)은 철저히 기술 수준의 잣대로 직업의 가치가 형성되는 시기였다. 


빠르고 효율적인 지식 저장과 보관, 전달에 대한 욕망은 이후 눈부신 기술 발전을 거듭하며 80년대 개인컴퓨터의 대중화를 낳는 동인이 되었다. 산업혁명 이후 심화된 분업화와 컴퓨터의 대중화에 이르는 동안 정보의 축적과 전달 분야에서 예술적 기질 또는 창의력이 강조된 경우는 별로 없었다. 오늘날 보편화된 대용량 정보처리 분야 역시 기술적 역량이 가장 먼저 강조되는 것이 현실이며, 데이터베이스 설계가 요구하는 창의력은 보편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정보와 지식의 유통 생태계에 일고 있는 격변

  

그러나 기술의 발전은 항상 인류의 예측을 넘어선다. 역설적이게도 눈부신 정보기술의 발달은 분업화되었던 정보의 생성과 축적, 편집과 전달, 보관까지의 전 과정을 통합해나가기 시작했다. 휴대용 기기로 정보(콘텐츠)를 생성하고, 이후 개인용 컴퓨터로 편집과 매체 업로드, 다른 사용자와 교감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혼자 해낼 수 있는 여건이 무르익었다. 기술의 변화가 문화를 생성해내는 현대적 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활자로 생성된 텍스트 기반의 지식보다 영상과 음향에 텍스트가 추가된 정보들이 젊은 세대의 지식전달 매체로 각광받는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 못하는 지금의 대세이다. 





물론 정보의 생성부터 전달까지 전 과정에서 개인이 해낼 수 있는 역할 또는 역량을 직업의 가치로 조망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다만 인류 역사를 통틀어 집단에 종속되어 있던 (중세 필경사에게 그들의 수도원이 중심이었듯) 정보의 전달자들이 좀 더 자유롭고 선택지가 많은 상황에서 활동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현실은 이들의 활동이 가까운 미래에 어떠한 직업과 직종들로 분화되어갈지 지켜볼 필요성을 제시한다. 방대한 정보의 소비자들은 이미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1인 미디어 시대가 낳고 있는 흥미로운 기대와 희망 섞인 전망들 외에도 그 정보들의 윤리적 가치 논란과 뒤섞인 시대에 살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방송법에서 제외되어 있던 1인 미디어 분야를 부가 유료방송 사업자에 포함시키는 등 새로운 뉴미디어 서비스의 법률 규제 근거를 논의 중이다. 이는 한 세기 동안 철저히 분업화 되어있던 정보와 지식의 유통 생태계에 일고 있는 격변의 영향을 뒤늦게 인식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현 시대에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과 가치의 발달은 기술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하지만 가장 늦게 반응하는 영역은 법률과 규범들이다. 정부는 그동안 방송법에서 제외되어 있던 1인 미디어 분야를 부가 유료방송 사업자에 포함시키는 등 새로운 뉴미디어 서비스의 법률 규제 근거를 논의 중이다. 이는 한 세기 동안 철저히 분업화 되어있던 정보와 지식의 유통 생태계에 일고 있는 격변의 영향을 뒤늦게 인식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언제가 될지 모르나 법률과 사회적 규제가 정착되면 정보의 생성과 전달 과정에 직업적 가치가 어떻게 새롭게 적응하게 될지도 지켜볼 일이다. 


괴벨스의 비서였던 폼젤은 5년의 수감생활 이후 이전과 비슷한 직업에 다시 종사하며 비교적 여유로운 여생을 살다 106세에 사망했다. 그녀는 자신의 직업적 소명가치에 대한 논란에 관련 일들이, 철저히 분업화되었던 상황에서 하나의 일부분이었을 뿐이라고 얘기할지 모른다. 그러나 기술의 변화와 그에 따른 새로운 부의 창출 과정, 그리고 이를 반영하는 법률 규제의 영향을 포함한 큰 흐름을 외면한다면 우리는 또 다른 브룬힐데 폼젤을 계속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현상필(CJ 파워캐스트 미디어사업본부 본부장)




미디어 관련 SBA 신직업 


문화콘텐츠 디자이너 | 문화 예술 분야와 타학문을 결합하고 응용해 새롭고 다양한 콘텐츠로 풀어내는 ‘융합형 콘텐츠 기획 전문가’.

미디어콘텐츠창작자 |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인터넷이나 모바일 광고 기반 플랫폼에 배포해 수익을 창출하는 개인 창작자 또는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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